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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노크 법칙

상처라는 이름의 가장 매혹적인 자본

그대는 지금도 어두운 방구석에 웅크린 채 울고 있습니까.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묻고 흘리는 그 뜨거운 액체가 그대의 인생을 단 1그램이라도 구제해 주었는지 묻고 싶군요. 흐르는 눈물은 그저 나트륨이 섞인 소금물일 뿐입니다. 닦아내면 휴지 조각만 남고 시간이 지나 마르면 얼룩조차 남지 않는 무의미한 배설물이지요. 참으로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감정의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대가 겪은 그 끔찍한 이별과 사업의 실패 그리고 뼛속까지 시린 가난과 믿었던 사람의 배신까지. 그 모든 비극을 그저 아픔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마음속 깊은 지하실에 가두어 두는 행위는 명백한 죄악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직무 유기이자 그대에게 주어진 가장 비싼 원석을 하수구에 버리는 짓과 다름없습니다.

이제 그 축축하고 눅눅한 감정의 늪에서 제발 걸어 나오십시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드십시오. 하얀 종이 위에 그대가 겪은 그 지옥을 낱낱이 토해내십시오. 그때 비로소 진정한 연금술은 시작됩니다. 똥밭을 구르는 듯한 그대의 비참한 현실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황금빛 서사로 뒤바뀌는 기적을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어설픈 위로가 아닙니다. 자본주의적이고 계산적인 그러나 가장 확실하고 완벽한 구원의 명령입니다.

고통을 미술관에 걸린 그림처럼 바라보십시오

사람이 고통에 잡아먹히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스스로가 그 비극의 무대 정중앙에 서 있는 주인공이기 때문이지요. 주인공은 칼에 찔리면 아픈 것이 당연하고 사랑을 잃으면 슬픈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펜을 드는 순간 그대는 무대 위에서 내려와 연출가의 의자에 앉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선사하는 첫 번째 마법이자 권능인 거리두기입니다. 종이 위에 적힌 나는 슬프다라는 문장은 더 이상 그대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아닙니다. 그저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진 건조하고 납작한 텍스트일 뿐이지요.

그대의 불행을 해부하십시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아주 냉정하고 잔인하게 그날의 공기와 그날의 수치심 그리고 그날의 절망을 활자로 박제해 버리세요. 나는 그때 죽고 싶었다라고 쓰는 순간 죽고 싶었던 과거의 그대는 종이 위에 영원히 갇히고 그것을 쓰고 있는 현재의 그대는 살아남은 심판자가 됩니다. 이 기묘하고도 통쾌한 분리감이 그대를 숨 쉬게 할 것입니다. 상처는 기록되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힘의 방향이 바뀝니다. 나를 찌르는 흉기에서 독자의 심장을 찌르는 강력한 무기로 말이지요.

배설하되 가장 우아하고 예술적으로 토해내십시오

속이 꽉 얹혔을 때 억지로라도 손가락을 넣어 토해내면 시원해지는 생리를 아실 겁니다.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도 매한가지입니다. 내면에 썩어가는 감정의 오물들을 그대로 두면 암이 되고 병이 되지만 밖으로 끄집어내면 훌륭한 거름이 됩니다. 이것을 고상한 말로 카타르시스라 하지만 나는 배설의 미학이라 부르고 싶군요. 단 아무렇게나 싸지르는 배설물은 그저 악취를 풍길 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정제하고 다듬고 깎아서 세상에 없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대의 분노에 타당한 서사를 부여하고 그대의 슬픔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히십시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때 나는 어떤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 그 처절한 복기를 통해 텍스트를 완성해 나가세요. 엉엉 울면서 친구를 붙잡고 하소연해봤자 남는 건 다음 날의 숙취와 술값 청구서 그리고 친구의 피로감뿐입니다. 하지만 글로 써내려간 하소연은 문학이 됩니다. 정돈된 문장 속에 갇힌 고통은 더 이상 그대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문장들은 그대의 가장 충실한 부하가 되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전투 준비를 마칠 겁니다.

당신의 파산과 이별은 시장에서 얼마짜리입니까

이것은 아주 중요하고 현실적인 비즈니스 이야기입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보십시오. 온실 속 화초처럼 행복하게만 살았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습니까. 단언컨대 없습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평온함에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타인의 처절한 실패와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피투성이의 기록 그리고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절망 속에서의 투쟁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즉 그대가 가진 그 끔찍한 상처가 사실은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최고급 원석이라는 뜻입니다.

사업이 망했습니까. 그 과정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처절하게 복기하여 쓰십시오. 그것은 실패학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이혼을 했습니까. 그 진흙탕 싸움과 홀로서기의 공포를 적나라하게 적으십시오. 수만 명의 이혼 위기 부부들에게 바이블 같은 필독서가 될 것입니다. 그대의 트라우마를 자산으로 전환하십시오. 그냥 두면 썩은 빚이지만 가공하면 엄청난 인세 소득과 명예가 됩니다. 세상에 비극만큼 매혹적이고 잘 팔리는 상품은 없습니다. 그대는 지금 돈방석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그게 돈인 줄 모르고 울고만 있는 꼴입니다.

타인의 지옥을 구원하는 유일한 지도 제작자

그렇게 완성된 그대의 글은 이제 그대만의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수많은 타인에게 등대가 됩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 사람도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살아냈구나. 그대의 솔직하고 과감한 파멸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산소호흡기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연대라고 부릅니다.

가장 개인적인 상처가 가장 보편적인 위로가 되는 역설. 이것이 글쓰기가 가진 위대한 힘입니다. 그대는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그대의 글을 읽은 독자들은 그대를 스승으로 동지로 그리고 구원자로 여기게 됩니다. 타인을 구원했다는 그 숭고한 감각은 다시 그대에게 돌아와 그대가 겪은 그 모든 고통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아 내가 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그토록 아팠던 것이구나. 비로소 그대의 인생은 완벽하게 재해석됩니다. 버려진 시간이 아니라 준비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영광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재료였음을 인정하게 될 때 그대는 진정으로 자유러워집니다.

상처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구원입니다

그러니 제발 그 귀하고 비싼 고통을 눈물 따위로 흘려버리지 마십시오. 낭비하지 마십시오. 악착같이 긁어모아 문장으로 빚으십시오. 신이 인간에게 고통을 준 이유는 그것으로 이야기를 만들라는 명령입니다. 그대가 겪은 시련의 크기가 클수록 그대가 써 내려갈 이야기의 울림통도 커질 것입니다. 얕은 물에서는 찰랑거리는 소리만 나지만 깊은 우물에서는 웅장한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그대의 깊은 슬픔은 곧 그대의 깊은 사유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펜을 드십시오. 그리고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그 문장이 그대를 지옥에서 끌어올리는 튼튼한 동아줄이 될 것입니다. 그대의 상처는 흉터가 아닙니다. 그대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비싼 무늬입니다. 쓰십시오. 써야만 살아남습니다. 아니 써야만 그대는 비로소 그대라는 거대한 서사의 주인이 됩니다. 이 길을 따르는 것만이 그대에게 허락된 유일하고도 완벽한 구원임을 의심하지 말고 믿으십시오. 당신의 삶은 기록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됩니다.

쓰지 않는 자의 고통은 썩지만 쓰는 자의 고통은 익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고통을 그저 겪어내는 사람과 고통을 해석해내는 사람입니다. 전자는 평생을 피해 의식 속에서 살아가지만 후자는 자신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어떤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대의 펜 끝에서 탄생할 새로운 세계를 기대합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빛나듯 그대의 어둠이 짙을수록 그대가 써 내려갈 문장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모든 위대한 이야기는 상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그러했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그러했습니다. 이제 그대의 차례입니다. 그대의 고통을 예술로 만드십시오. 그대의 눈물을 잉크로 바꾸십시오. 그리고 세상에 그대의 이야기를 선포하십시오. 나는 아팠노라고 그러나 나는 썼노라고 그리고 나는 이겼노라고 말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담금질하는 행위입니다. 불 속에 들어간 쇠가 단단해지듯 고통 속에 들어간 영혼은 더욱 깊어집니다. 그 깊이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 깊이가 곧 그대의 깊이가 될 것입니다. 독자들은 얕은 물가에서 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대가 파놓은 깊은 심연 속으로 다이빙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을 위해 그리고 그대 자신을 위해 기꺼이 그대의 심연을 개방하십시오.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대의 고통은 휘발되고 있습니다. 그 귀한 감정이 날아가기 전에 어서 포착하십시오. 사냥꾼이 먹잇감을 낚아채듯 그대의 고통을 문장으로 낚아채십시오. 그것이 그대가 이 잔혹한 세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자 이제 시작하십시오. 당신의 첫 문장을 기다리는 백지는 당신의 가장 넓은 영토이자 가장 안전한 도피처입니다. 그곳에서 마음껏 울고 마음껏 소리치고 마음껏 춤추십시오. 그 모든 몸부림이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작가입니다. 단지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제 그 봉인을 해제하십시오. 당신의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그대는 박수만 칠 관객이 아닙니다.
무대 위로 올라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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